문제가 되는 두 명제
칸트는 사회계약이 각자가 자기 생명을 처분하고 처벌받겠다고 약속하는 계약은 아니라고 말한다. 동시에 이 점에서 사형의 부당성을 도출하는 베카리아의 논증을 비판한다. 두 명제를 이해하려면 형벌의 근거를 개인이 처벌을 원했는지에서 찾지 않는다는 점을 보아야 한다.
형벌과 범죄 행위의 의욕
칸트의 논증에서 사람은 형벌 자체를 원했기 때문에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처벌 가능한 행위를 의욕했기 때문에 처벌받는다. 법에 복종한다는 것은 범죄가 있을 때 적용되는 형벌법에도 복종한다는 뜻이며, 자신이 고통이나 처벌을 바라기로 약속했다는 뜻은 아니다.
공동 입법자와 처벌받는 시민
칸트는 이성적으로 보편적 형벌법을 세우는 공동 입법자의 관점과, 실제로 범죄를 저질러 그 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의 관점을 구분한다. 이는 실제로 사람이 둘이라는 뜻이 아니라 같은 사람을 서로 다른 법적 관점에서 본다는 설명이다. 개인의 생명 처분 약속과 공적 재판소의 형벌 판단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베카리아 비판의 초점
칸트가 겨냥하는 것은 개인이 자기 처벌에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국가도 처벌할 수 없다는 추론이다. 형벌권이 범죄자의 약속에서만 나온다면 범죄자가 자기 처벌의 판단자까지 되어버린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따라서 사회계약에 자기 생명을 처분한다는 약속이 없다는 문장을 베카리아만의 주장으로 분류하면 칸트 원전의 이 대목을 놓친다.
읽을 때의 범위
이 논의는 칸트의 역사적 법철학을 설명하는 것이다. 개별 사건에 적용되는 현대 법률 판단과는 구분해야 한다. 칸트의 사형 찬성 입장만 외우기보다, 무엇에 동의하는지와 누가 형벌을 판단하는지의 구별을 함께 읽어야 논증이 드러난다.